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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구나, 금정산성 막걸리(부산, 금정산성 토산주)
전국구 3 대장 막걸리가 있다. 물론 내가 정한 3 대장이다. 해남의 해창막걸리, 정읍의 송명섭 막걸리, 그리고 부산의 금정산성 막걸리다. 종종 술자리에서 지인들에게 가장 많이 추천하는 막걸리다. 막걸리의 좌파를 마시고 싶으면 송명섭을, 우파를 마시고 싶으면 해창, 중도를 마시고 싶으면 금정산성을 선택하라고. 그만큼 막걸리의 맛을 고루 품고 있는 술이다. 직접 누룩을 만들어
넉넉한, 약천골 지장수 생막걸리(동해, 낙천탁주제조장)
넉넉한 막걸리다떠나고 싶지만 떠나지 못할 때 난 종종 동네 마트에 간다. 뜬금없이 판매되고 있는 전국의 막걸리를 만날 수가 있다. 일종의 우연한 만남. 막걸리 한잔으로 여행을 대신해보려는 얄팍한 술꾼의 꼼수를 마트는 이해해준다. 약천골 지장수 생막걸리도 그렇게 만난 강원도 동해의 막걸리다. 동해의 막걸리를 동네 마트에서 만난 것도 신기한데, 1700ml 대용량에 해풍발효라고 한다.
물 타지않은, 신동막걸리 원주(전남 장성, 청산녹수)
'물을 타지 않은'이 포인트다마포 신석초등학교 삼거리에 막걸리 집이 하나 있다. 이박사의 신동막걸리라는 간판을 갖고 있다. 길 건너 중식당 부영각에서 한 잔 하고 내려오는 길에 발견한 집이다. 가보진 못하고 간판만 봤음에도 기억이 선명했다. '이박사? 박사가 만든 막걸린가? 마포에 막걸릿집은 처음 보는 거 같은데'라고 생각하며 지나쳤다. 그리고 이마트에서 같은 네이밍의 술을 발견했다.
젊다, 표문 막걸리(서울, 한강주조)
한 때 열풍을 일으켰던 곰표 맥주의 자매 브랜드라고 해야 할까? 막걸리 계에서 가장 트렌디한 주조장인 한강주조(네이버 광고에 출연했던)에서 만든 막걸리다. 다양한 막걸리가 출시되고 있는 요즘에 접한 가장 젊은 막걸리다. 6도의 시판 막걸리 표준 도수에 용량은 500ml로 소용량이다. 레트로 디자인이 심플하면서 재밌다. 뒤집어서 보면 '표문'이 '곰표'가 된다. 젊은 감각으로
보물섬 남해의 막걸리, 남해생탁
파란 보물섬 남해남해는 보물섬이다. 가슴을 푸르게 적시는 코발트 바다 빛이 보물이다. 해풍이 감미한 자연스러운 단맛의 남해 마늘과 시금치는 보물이다. 멸치쌈밥의 구수한 맛이 보물이다. 바다를 곁에 두고 걸을 수 있는 길이 보물이다. 푸르르고 또 푸르러 나의 텁텁함을 날려주는 남해는 보물섬이다. 푸른 남해에서 구입한 남해생탁의 맛도 보물일까? 재료가 굉장히 많이 들어있는 막걸리다.
변두리의 좋은 맛, 안산 성해주
나는 안산에 산다. 수도권이지만 서울에서는 멀고, 수도권이어서 지방은 아니다. 그래서 안산을 생각할 때 늘 '변두리'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어떤 지역의 가장자리가 되는 곳, 변두리. 서울 변두리도 아닌 수도권 변두리인 안산에서 난 22년째 살고 있다. 생각해보니 내 삶의 절반 가까이를 살고 있는 안산의 막걸리를 제대로 마셔본 적이 없었다. 22년 동안. 그리고 이
동동주라고? 속리산 찹쌀 동동주
막걸리가 아니라 동동주다. 가끔씩 동동주라는 이름을 달고 나오는 술을 만난다. 뭐가 차이일까? 의외로 아는 사람이 적다. 이 술은 속리산 찹쌀 동동주. ‘동동주’란다. 그럼 보통 막걸리와 맛의 차이는 뭘까? 속리산 찹쌀 동동주 알코올 : 6% 재료명 : 정제수, 밀가루, 찹쌀, 물엿, 사카린나트륨, 아스파탐, 조제종국, 정제효소제, 효모 찹쌀 동동주. 대학시절 주점에서 만날 수
새로움과 아쉬움 사이, 톡생 막걸리
새로움은 기대감을 준다. 내가 모르는 미지의 영역 어딘가에 있기에, 설렘이 있다. 지루한 일상 넘어 나를 두근거리게 하는 힘이 있다. 하지만 불안하다. 경험한 적이 없기에, 결과를 예측할 수 없기에 새로움은 불안하다. 익숙함은 편안하다. 익숙함을 버려야 산다고,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말하다 지치면 익숙한 편안함을 찾는다. 그 속에 몸을 눕히고 쉼을 찾는다. 상수동은
멀고도 가까운 묘한 맛, 초가철원 생막걸리
철원에서 바라본 한탄강. 건너편은 연천이다평소에 접하기 힘들면, 왠지 모를 묘한 기대감을 품게 된다. 나에게 철원이 그렇다. 군대를 철원 지역에서 한 사람이면, 고립에서 오는 국방색 추위에 대한 추억 때문이라도 기대감을 접었을 것이다. 하지만 군대도, 여행도 다녀온 적이 없는 나에게 철원은 가깝고도 먼 미지의 땅이었다. 그 땅에서 만난 초가철원 생막걸리는 나에게는 '미지'의
100년의 멋진 시큼함, 여수 생막걸리
여수는 맛있다. 바닷가이니 질 좋은 해산물이 풍부한 것은 당연지사. 쪼깬한 해산물도 여수에서는 밥상의 주인공으로 화려하게 변신한다. 돌게는 십 첩 반상의 주인공 돌게장으로, 새끼 장어는 구수한 속풀이 깨장어탕이 된다. 멸치는 조려서 쌈밥으로 먹으니 밥도둑이 되고, 서대는 회무침으로 내오니 술도둑이 된다. 채소도 일품이다. 돌산 갓김치야 이제는 전국구고, 여수 섬초의 달콤함은 잊을 수가
적당하다, 당진 백련 생막걸리 SNOW(feat.연잎)
“적당히 넣어요” 유명한 노포 주인장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다. 애매하기 그지없지만, 또 이토록 명쾌히 한국인에게 이해되는 표현도 없다. 짜지도 싱겁지도 않은 맛. 많이도 적지도 않은 양. 오랜 세월 경험으로 터득된 노하우. ‘적당히’. 당진에서 만난 이 녀석이 그렇다. 적당한 막걸리. 📌 백련 생막걸리 snow(신평 양조장, 충남 당진) 📌 알코올 : 6% 📌 원재료
짙은 갈색의 옛날 막걸리 古(고)
육회는 최고의 안주다. 막걸리는 물론 맥주와도 좋고, 소주와도 좋다. 위스키, 와인과도 좋다. 빠알간 색의 날고기가 참기름 향을 풍기며 식욕을 자극한다. 반지르르한 육질에 조명이라도 받으면, 육회는 육감적이다. 안주로 육회는 본능적 매력을 지니고 있다. 광장시장 육회골목고추장 양념에 생고기를 무쳐내는 함평의 화랑식당 육회도 좋고, 간장 양념을 하는 대구 장원식당의 육회도 좋다. 소금 간으로
의외의 안주 맛집, 합정 가제트 술집
"막걸리 한 잔 하려는 당신을 위한 술집 방문기"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 시가 총액 하루 만에 14조 원이 증발하고, 음바페는 사우디의 연봉 1조 거절했고, '루이통 한정판 다 내 거'라며 정용진 275만 원 티셔츠 정체가 뭐냐는 기사도 나오는데... “여보, 자라에서 신발이 싸게 나왔네. 55,000원이래 사도 될까?” 어떤 소설가는 자본주의가 비교와 부러움이라는 두
완벽한 기본기, 봇뜰 탁주(남양주, 봇뜰)
‘몇 년이 지나 총살을 당하게 된 순간,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은 오래전 어느 오후에 아버지를 따라 얼음을 찾아 나섰던 일이 생각났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백 년 동안의 고독’의 첫 문장) 내가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는 천재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인류의 유산과도 같은 소설 ‘백 년 동안의 고독’의 첫 문장을 위해
백반 마을의 병영설성 생막걸리(강진, 병영 양조장)
강진이다. 트로트 가수 강진 말고, 전라남도 강진. 전남 교통의 요지어서 사람들의 왕래가 많았고, 뻘과 흙이 비옥해 식재료가 풍부하고, 수도 한양 땅에서 유배 온 사람들 덕분에 자연스러운 문화 교류가 이루어졌던 강진. 사람도 많고, 식재료도 풍족하고, 문화의 폭도 넓으니 결국 뭐가 좋겠는가. 맞다. 음식이다. 음식이 참 맛있는 곳이다. 특히 산해진미가 오밀조밀하게 깔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