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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의 멋진 시큼함, 여수 생막걸리

승발이-백반기행 피디
- 9분 걸림 -

여수는 맛있다. 바닷가이니 질 좋은 해산물이 풍부한 것은 당연지사. 쪼깬한 해산물도 여수에서는 밥상의 주인공으로 화려하게 변신한다. 돌게는 십 첩 반상의 주인공 돌게장으로, 새끼 장어는 구수한 속풀이 깨장어탕이 된다. 멸치는 조려서 쌈밥으로 먹으니 밥도둑이 되고, 서대는 회무침으로 내오니 술도둑이 된다. 채소도 일품이다. 돌산 갓김치야 이제는 전국구고, 여수 섬초의 달콤함은 잊을 수가 없다. 먹거리 풍부하고, 손맛에 음식 머리도 좋은 여수다.

바닷가 앞 멋진 국밥집. 섬초수육은 최고다

갯것만 먹기에도 벅찬 여수였다. 이제는 순댓국에 수육도 먹어야 한다. 여수 나진 국밥의 수육과 순댓국은 해산물만 좋으리라는 여수에 대한 내 생각을 부숴버렸다. 시원하고 맑은 순댓국도 좋지만, 머리 고기 수육이 특히 좋다. 가을에서 초봄까지만 나오는 여수 섬초가 같이 나오기 때문이다. 여수 섬초에 머리 고기 수육 한 점은 최고의 하모니다. 촉촉한 육즙에 여수 섬초의 은은한 달콤함이 섞여 온다. 고소한 육즙과 달콤한 채즙에 젖은 혀는 행복하다. 더 무엇이 필요할까? 멋들어진 술 한잔이다.

📌 여수 생막걸리(여수 주조공사)
📌 알코올 : 6%
📌 원재료 : 쌀, 밀, 국, 누룩, 효모, 아스파탐, 아세설팜칼륨

2012 여수 엑스포 로고를 부착하고 있는 막걸리다. 한마디로 여수의 장수 막걸리라는 말일 게다. 효모가 살아있는 100년 전통의 맛이라고 한다.

첫 잔

시큼하다. 아주 좋은 시큼함. 오랜만에 맛보는 좋은 산미를 여수 막걸리에서 만났다. 단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제법 중량감 있는 산미만이 입안을 적신다. 상당히 차게 식혀진 막걸리여서 단맛이 덜 느껴질 수 있지만, 이 정도 중량감의 산미를 막걸리에서 만나기는 쉽지 않다. 아주 좋다.

둘째 잔

빛깔은 옅은 미숫가루를 닮았다. 노란 끼가 제법 짙지만 맛은 맑다. 목 넘김이 좋다. 탄산이 적은 탓이다. 적은 탄산으로 잔잔하게 입안을 적시며 목젖 부근에서 술맛을 뽐낸다. 여전히 단맛은 느껴지지 않는다. 맑고 순한데 술맛이 강하다. 혀 안쪽에서 짙게 느껴진다.

작년에 이 녀석을 여수 미로 횟집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때 기억에 이 정도로 임팩트가 있는 술이 아니었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아마 내 미각 기억에 이상이 있을 것이다. 여수 미로 횟집은 압도적인 크기의 대형 광어를 실비로 먹을 수 있는 집이다. 주인아주머니의 포스까지 더해진 다양한 회 한상에 압도 당해 술맛을 제대로 못 느꼈을까? 그러기에는 여수 생막걸리의 산미는 꽤나 강렬하다.

동서식당 서대회무침은 참 좋다. 요즘은 줄서야된단다

이 정도의 산미면 여수식 회무침과도 어울림이 좋을 것이다. 단, 막걸리 식초로 가볍게 무쳐낸 회무침이어야 한다. 강하게 간이 된 회무침의 시고 매운맛은 이 좋은 막걸리 맛을 오히려 가릴 수가 있다. 여수 동서 식당 서대회 무침이면 딱이다. 막걸리 식초로 가볍게 무쳐낸 동서 식당 서대회와 함께 이 녀석 한 잔이면 말 그대로 '시원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동서식당 회무침의 비법

셋째 잔

잔탄산이 살짝 느껴지며 산미가 터프하게 다가온다. 그만큼 술이 올랐다는 뜻이다. 갓김치와 합을 맞춰본다. 여수 갓김치의 맵고 쌉쌀한 맛이 입을 자극하니 여수 생막걸리의 단맛이 살짝 느껴진다. 재밌다. 이번엔 다시마튀각과. 아~ 좋다. 다시마튀각의 기름진 단맛과 쌉싸름함이 산미와 어울리니 이 녀석은 확실히 술임을 선언한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마다 맛의 기준이 다르겠지만, 나에게 있어 막걸리 맛의 첫 번째 기준은 산미다. 단맛은 감미료로 조절이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산미는 전적인 발효의 맛이기 때문이다. 증류주를 제외한 전통주는 대부분 단맛에 중심을 두고 있다. 전통주가 단맛을 강조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질 좋은 찹쌀을 많이 넣고 발효한 기술적 이유도 있을 것이고, 보관을 오래 하기 위한 방편으로 단맛을 강조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예전 음식 맛의 기준은 짠맛이었다. 짠맛의 강도 조절을 통해서 간을 잡고, 단맛은 보조적 역할이었다. 그리고 짠맛에 어울리는 한 잔의 술은 단맛이 어울린다. 요즘 음식은 대부분 달다. 설탕의 대중화와 함께 음식 맛의 기준이 짠맛에서 단맛으로 바뀌었다. 어느 정도의 단맛을 낼 것인가가 맛을 잡는 첫 번째 기준이 되고 있다. 단맛 다음은 기름진 맛이다. 채식 요리에도 참기름, 들기름을 듬뿍 버무린다. 그래야 맛있다고 빨리 느낀다. 달고 기름진 맛이 주류인 요즘 시대에, 한 잔은 산미가 어울린다. 어울림이 맛의 균형이다. 굳이 막걸리마저 단맛을 따라갈 이유는 없다. 따라만 가다가는 잊혀지기 쉽다.

넷째 잔

얼굴이 슬쩍 붉어온다. 지역 막걸리를 마실 때 종종 경험하는 일이다. 표기보다 높을 수 있다는 의미다. 참고로 탁주와 막걸리의 차이는 물의 첨가 유무다. 쌀로 술을 빚어 발효가 잘 진행된 상태를 탁주라 한다. 이때 도수가 대략 12도 정도가 나온다. 이 탁주에 물(정제수)을 섞어 도수를 낮춘다. 이게 막걸리다. 아주 오래전, 잘 익은 탁주를 '막 걸러 먹던' 시절에는 탁주=막걸리였지만, 지금은 다른 의미로 구분해야 한다. '탁주'에 물을 섞어 도수를 낮춘 술이 '막걸리'다.

여수 생막걸리가 물을 섞은 날, 즉 제조일은 4월 4일. 4월 13일까지 유통이다. 이 녀석과 만난 날은 4월 7일. 그렇다면 이 막걸리는 지금 마시는 맛이 표준일 것이다. 막걸리 맛의 표준을 이런 산미에 둔다는 것은 막걸리를 맛의 기준을 옛 것에 두는 주조장의 작품이다. 유통기한 10일은 장수 막걸리의 영향인지 모르겠지만, 만약 산미를 극대화해 유통시켰다면, 이 정도 유통일이 맞다. 더 시어지면 과해질 수 있다.

다섯째 잔

술이 식으니, 잔에 남은 잔술에서 단맛이 살짝 느껴진다. 다시 술잔을 채워 마시니 여전히 강한 산미가 술맛을 지배한다. 오늘 밤은 이 녀석의 거친 산미에 지배당하고 싶다.

멋진 녀석이다

📍 승발이의 맛 평가 : 맛이 넘치는 여수에 산미 넘치는 막걸리가 있었다. 4.5점

🍽 어울리는 맛과 멋 : 동서 식당의 서대회 무침도 좋고 나진 국밥의 섬초 수육도 좋다. 자극적이고 신맛이 너무 강한 음식만 아니면 멋지게 마실 수 있는 어울림이 탁월한 막걸리다. 특히, 은은한 단맛과 육즙 충만한 조개찜과 같이 마시면 굉장히 좋다. 강추다. ZZ TOP의 'Blue Jean Blues'의 거친 기타와 보컬도 곁들여 보자. 지나치게 달달해져 버린 여수 밤바다가 아닌, 자연의 풍만함과 원초적 힘이 느껴지는 밤바다가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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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발이-백반기행 피디

'허영만의 백반기행' 프로그램 CP(책임 피디)로 전국의 맛깔나는 음식을 먹으며 행복한 여행을 하던 중 막걸리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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