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영만의 백반기행' 프로그램 CP(책임 피디)로 전국의 맛깔나는 음식을 먹으며 행복한 여행을 하던 중 막걸리를 만났다.
시골 어느 곳에 가도 그 고장의 막걸리가 있었다. 같은 된장, 고추장이라도 지역마다 맛이 다르듯 막걸리 맛도 다 달랐다. 신기했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막걸리가 있고, 이렇게 다양한 술맛이 있다니. 음식프로 효시라는 '찾아라 맛있는 TV'를 연출할 때는 몰랐던 막걸리의 신세계가 느껴졌다.
'살림9단의 만물상'을 제작할 때도 건강 아이템의 기초가 막걸리였던 적도 많았는데. 모든 것은 때가 있다고 하듯, 막걸리가 나에게 들어오는 때가 '백반기행'과 함께 였던 것은 중년의 삶에서 만난 최고의 행운이었다.
그 행운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일을 시작한다. 일명 술취한 다큐멘터리다. 전국에 산재한 막걸리를 마시고, 느끼고, 즐기는 막걸리 기행이 시작된다. 딸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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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마실-천원의 행복, 고운님(익산, 명인양조)
[막걸리 마실]은 짧고 굵은 술 이야기입니다전국 톱클래스 비빔밥 명가전북을 지나갈 때, 웬만하면 익산군 황등면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가려고 한다. 황등 비빔밥과 서비스 선짓국 때문이다. 다른 집이야 못 가봐서 모르겠지만 한일식당 육회 비빔밥과 선짓국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너무 맛있다. 식당 앞에 도착하니 4시 30분. 브레이크 타임 끝나고 영업 개시까지 30분을
향기가 그리운, 대잎 품은 막걸리 15(사천, 대밭고을)
위스키 한잔 시가 한개피 그리고 제복 위의 수많은 훈장들이 그의 유일한 위안이었다 알 파치노의 연기는 압권이다알 파치노 주연의 ‘여인의 향기’ 포스터의 홍보 문구이다. 시각 장애인을 연기한 알 파치노가 낯선 여인과 아름다운 탱고를 추는 장면으로 유명한 영화다. ‘여인의 향기’의 탱고 신을 보면서 생각했다. 탱고를 추는 알 파치노는 말할 것도 없고,
데이비드 보위와 오일장에서 황금주를(해남, 송우종황금주)
“보위 형, 오일장이라고 알아요?" “오일.. 장? 기름과 관련된 곳인가?” “웁스. 형님 이제 아재 개그도 해요. 한국 아저씨 다 됐네요. 아니지, 원래 영국도 아재 개그 하나 봐요. “ 두륜산 피안교를 건너 다 만난 귀신 아닌 귀신 데이비드 보위 형과 해남을 다시 왔다. 막걸리 여행을 다니겠냐는 나의 제안을 덥석 받아들인 보위 형이 약속을
끼 없는 모범생의 맛, 골목 막걸리 프리미엄 12(예산, 주로)
인기 크리에이터 히밥도 예산시장에 갔다예산 시장이 졸지에 핫플레이스로 급부상했다. 하루에 20~30명 정도 방문하던 예산시장을 백종원 대표가 리모델링 작업을 한 후 하루 평균 2750명 정도의 손님이 찾는다고 한다. 100 배의 폭발적인 반응이다. 상상을 넘어서는 외지인들의 방문에 한 달간 재정비 차원에서 문을 닫는다고 하니 예산 공무원도, 시장 상인들도, 백종원 대표도 당황할
겨울 오서산, 소머리국밥과 홍주 생막걸리(홍성, 홍주주조)
홍성은 충청남도의 도청 소재지다. 국수로 유명한 대전도 아니고, 호두과자의 천안도 아니며, 신도시 세종도 아니라, 2013년부터 홍성이 충남의 도청 소재지다. 심하게는 지명을 처음 듣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 소리 소문 없는 고장이 홍성이다. 아마도 산 좋고, 물 좋고, 회자될만한 큰 사건도 없는 평온한 곳이기에 조용히 10년 간 도청을 품고 있었을 것이다. 홍성에도
명품과 아쉬움 사이, 우곡 생주(화성, 배혜정 도가)
보통 사람의 꿈을 먹고 사는 명품‘명품은 중산층의 꿈을 먹고 산다’. 신문 칼럼인지, 책인지, 정확히 출처는 기억나지 않지만 문장만큼은 너무도 선명히 기억에 새겨져 있다. 방귀 꽤나 뀌시는 상류층이야 명품을 사고 싶으면 아무 때나 사면되지만, 보통 사람들은 아끼고 또 아껴도 막상 명품 앞에 서면 움츠리고, 주저하게 된다. ‘아니야’라고 돌아서고 싶어도,
익살스러운 포졸의, 기찰 생탁주(부산산성양조)
늦어짐에 이유가 있을까? 적어도 매주 한 편 이상은 올리리라 굳게 했던 새해 다짐이 1월에 무너져 버렸다. 마시기만 꾸준히 마시고, 2월 하고도 일주일이나 지나서야 궁색하게 끄적여본다. 솔직히. 대단한 글을 쓰고 싶었다. 멋진 비유와 상징이 막걸리 맛과 교차되는 그런 글. 잘빠진 글로 잘난 체하고 싶었다. 김훈의 ‘젊의 날의 숲’처럼 비유하고 싶었다.

제프 형님에게 막걸리 한 잔을
제프 벡(Jeff Beck) 형님이 갔다. 무지개 너머로 영원히 가버렸다. 에릭 클랩튼, 지미 페이지와 더불어 소위 세게 3대 기타리스트 중(국내 4대 짬뽕처럼 누가 선정했는지는 모르는 구전 세계 3대 기타리스트다. 아마 일본 음악 평론가 창작의 산물임이 틀림없을 것이다) 한 명이자 가장 인기 없는 형이었지만, 나는 제프 벡 형을 가장 좋아했다.

보랏빛, 배금도가 포도막걸리(김천, 배금도가)
새해 복 많이 마십시다2023년. 연초부터 옛 추억을 떠올리는 건 어색한 일이다. 한 해를 관통하는 거대한 포부와 희망찬 계획을 세워야 마땅하다. 새해이기 때문에 막걸리도 특별한 녀석을 선택한다. 올 한 해는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특별한 술에, 근거 박약하지만 꼭 품어보고 싶은 욕심을 찰랑찰랑 담아본다. 복 많이 받으라고. 건강하자고. 벌컥벌컥. 꿈으로 가득 찬
6.8 대추야자(고양, 양조위-we 브루어리)
대추야자를 처음 먹은 곳은 모로코다. 모나코 말고 모로코. 2022 월드컵 4강의 모로코. 카사블랑카의 모로코. 북아프리카의 누런 건조함과 지중해의 새파란 하늘, 사람 숲이 빽빽한 골목 천국 페스였는지, 붉은 건물과 붉은 거리, 붉은색 기운이 도시를 감싸는 사하라의 관문 마라케시의 시장이었는지, 험프리 보가트의 우수 짙은 레인코트를 입기에는 너무 더웠던 카사블랑카의 해변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