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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한 막걸리, 마크홀리 오리지널 6.0(서울, 홀리워터)

승발이-백반기행 피디
- 6분 걸림 -

‘힙하다’

‘힙스터스럽다'를 줄인 말이다. 새로운 것을 지향하고 개성이 강한 것을 의미한다. 힙스터와 마찬가지로 원래는 유행을 일부러 거부하고 자신만의 개성을 추구한다는 의미였는데, 최근에는 ‘핫하다’, ‘트렌디하다’와 유사한 의미로 사용된다. 이번에 소개하는 막걸리 ‘마크홀리 오리지널 6.0’이 ‘힙한’ 막걸리다.

서울 성수동에 있는 농업회사법인 주식회사 홀리워터에서 주조한 마크홀리 오리지널 6.0은 미국인 엔지니어 마크홀리(가상 인물이다)가 막걸리 맛에 매료되어 직접 빚은 술이라는 마케팅 스토리를 갖고 있는 술이다. 스토리가 발전함에 따라 다양한 버전의 마크홀리 막걸리가 출시될 예정이라고 한다.  젊고 신선하다. 미국식 만화 표현을 차용한 막걸리 디자인도 흥미롭다. 마크홀리를 빠르게 발음하면 '막걸리'가 되는 작명 재치도 돋보인다. 교조적인 막걸리 세계관에 젖어 있지 않다면, 충분히 호기심을 끌 수 있는 요소가 수두룩하다. 이제 맛만 좋으면 된다.

알코올 : 6도

재료명 : 정제수, 쌀(김포산), 국, 산도조절제, 효모

전통 누룩으로 빚지는 않았지만, 인공감미료도 넣지 않았다. 정통 포심 직구는 아니지만, 투심으로 담근 막걸리라고 하면 적절한 비유일까? 맛을 보면 알겠지.

첫 잔

제법 시큰한 향이 올라오지만, 맛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단맛이 순하다. 탄산도 거칠지 않고, 부드러운 단맛이 약한 산미와 술맛을 안고 있다. 인공감미료로 뽑은 감미가 아님을 잘 보여준다. 목 넘김에 탄산이 입천장을 툭툭 건들고 넘어가지만, 입안의 질감은 부드럽다.

둘째 잔

새콤하고 달콤한 향이 코를 즐겁게 한다. 강하진 않지만 경쾌한 향과 탄산이 담긴 막걸리다. 단맛은 여전하다. 오히려 쌉싸래한 쓴맛은 줄었지만, 산미가 살짝 더 터치감을 준다. 자극적이지 않고 달콤 발랄한 막걸리다. 하지만 허전하다. 내가 힙하지 못한 중년이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깊이 있는 한 방은 없다. 확실히.

마크홀리 막걸리 시리즈를 출시한 홀리워터는 성수동의 크래프트 브루어리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어메이징 브루어리의 자회사라고 한다. 100여 종의 수제맥주를 주조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막걸리를 빚기 시작했다고 한다. 덕분에 새로운 시도가 가능했다. 다양한 맥주 효모를 다뤄본 주조 기술력을 막걸리에 접목한 것이다. 누룩이나 국으로 막걸리를 빚은 게 아니라, 에일맥주 효모 중 하나인 세종 효모로 술을 빚었다. 당화와 발효를 동시에 진행시키는 누룩이 아니기에 별도의 당화제(정제효소제)를 사용했고. 흥미로운 시도이긴 하지만, 그런 색다른 노력이 막걸리의 맛과 풍미에 어떻게 반영됐는지는, 잘, 모르겠다. 좋은 쌀을 원료로 넉넉히 써서 좋은 단맛을 뽑은 건 알겠지만, ‘굳이 맥주효모를?‘이란 중년의 낡은 생각을 지울 수는 없다. 이 생각을 지우려면 '힙한 맛‘이라는 지우개가 있어야 하는데, 마크홀리 오리지널 6.0 안에서는 찾지 못하겠다.

셋째 잔

혀가 잘못됐나? 산미는 사라지고, 단맛에 쌉쌀한 술맛만 느껴진다. 부드러움의 균형이 깨져버렸다. 뒷맛이 상당히 달다. 첫 잔의 부드러움과 둘째 잔의 발랄함이 셋째 잔에서 사라졌다. 인공적이진 않지만 단맛이 너무 돋보인다. 앙상블이 사라지고 고음의 독창만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과하면 질릴 수 있다.

넷째 잔

부드러운 단맛이 너무 강하긴 하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다만 첫인상의 사라짐이 아쉬울 뿐이다. 특히나 서운한 건, 힙하지 않다는 거다. 다수를 포기하더라도 소수를 사로잡아 복속시킬 수 있는 강한 캐릭터가 있어야 힙할 수 있는데, 이 녀석은 그 점에서 벗어나 있다. 감미료를 안 쓰고 좋은 단맛을 뽑은 것만으로 힙을 논하기엔 그런 종류의 막걸리가 요즘엔 너무 흔하다.


누룩을 안 쓰고, 맥주 효모를 활용한 발효는 너무나도 새롭지만, 맛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다름을 위한 다름일 뿐이다. 마크 홀리라는 가상 인물을 설정하며 만드는 스토리 메이킹도 흥미롭지만, 그 스토리가 탄력을 받고 확장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리얼’한 리액션이 더해져야 한다.  아쉽지만, 리얼한 리액션을 만들기에 맛은 너무 순둥순둥하고, 소비자의 입은 영민하다.

승발이의 맛 평가 : 단맛이 좋은 막걸리를 찾는다면 추천할 수 있는 막걸리. 다만 650ml에 7,900 원이라는 가성비 면에서는 ‘갸우뚱’하다. 3.9점(5점 만점)

어울리는 맛과 멋 : 나초 치즈처럼 짭짜름한 스낵과 부담 없이 즐기면 좋은 막걸리다. 마크 홀리 디자인과 맛을 생각하면, 외모와 달리 미성으로 유명했던 크리스터퍼 크로스의 ‘Best That You Can Do’가 떠오른다. 제법 어울리는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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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발이-백반기행 피디

'허영만의 백반기행' 프로그램 CP(책임 피디)로 전국의 맛깔나는 음식을 먹으며 행복한 여행을 하던 중 막걸리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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