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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마실-천원의 행복, 고운님(익산, 명인양조)

조승연 PD
조승연 PD
- 4분 걸림 -
  • [막걸리 마실]은 짧고 굵은 술 이야기입니다
전국 톱클래스 비빔밥 명가

전북을 지나갈 때, 웬만하면 익산군 황등면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가려고 한다. 황등 비빔밥과 서비스 선짓국 때문이다. 다른 집이야 못 가봐서 모르겠지만 한일식당 육회 비빔밥과 선짓국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너무 맛있다. 식당 앞에 도착하니 4시 30분. 브레이크 타임 끝나고 영업 개시까지 30분을 기다려야 한다. 마트 쇼핑하기 딱 좋은 시간이다. 농협 하나로 마트로 총총총 걸어가 술 냉장고를 살펴본다. 익산에 왔으니 익산 막걸리다. 디자인이 고운 막걸리가 있다. 어라. 가격도 정말 곱다. 1000원이다. 750ml에 1000원. 세상에 이런 혜자스러운 막걸리가 있다니. 고운님 생막걸리다.

가성비 최고 막걸리

알코올 : 6도

원재료 : 정제수, 쌀, 팽화미, 밀가루(누룩제조용), 종국, 누룩, 효모, 수크랄로스, 아스파탐


첫 잔

오! 좋다. 아주 좋다. 오랜만에 만난 맑고 시큼한 맛의 막걸리다. 표현력이 부족하여 ‘시큼한’이란 단어를 썼지만 신맛이 확 튀어나오는 녀석은 아니다. 단맛이 전면에 나서지 않는 저가 막걸리가 오랜만이어서 ‘시큼한’으로 표현을 했을 뿐이다. 맑고 은은한 맛에 잔탄산이 낮게 깔리며 혀를 기분 좋게 터치한다. 뒷맛에 남는 인공 감미료 특유의 잔상은 충분히 용서할만한 정도다.

둘째 잔

뽀얀 살뜨물 같은 아이보리 빛깔 속에 약한 산미와 아주 약한 단맛이 숨어있다. 매콤한 비빔국수에 반주로 한 잔 하니 단맛이 슬쩍 올라왔다 사라진다. 달지 않은 ‘무맛’으로 유명한 정읍 송명섭 막걸리의 익산 버전을 만난 듯하다. 송명섭 막걸리에 대중적인 감미를 살짝 터치한 맛이다. 신맛과 단맛, 쌉싸래한 술맛이 은은하게, 아주 은은하게 블렌딩 되어 있다. 맑고 깔끔한 막걸리다.

셋째 잔

잔탄산의 노래가 제법 구성지다. 기포가 강하지 않은 질 좋은 샴페인을 마시는 기분이다. 은은한 맛의 블렌딩을 구성진 잔탄산이 기세 좋게 받쳐준다. 등산 후 마시면 더없이 좋을 녀석이다. 이토록 멋진 맛의 막걸리가 1000원이다. 고운님 만세다.

승발이의 맛 평가 : ‘최고의 미식은 무미를 느끼는 것’이라던 일본 전설의 미식가 료산진의 ‘무미’가 이런 맛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주 살며시 다가와 나를 흠뻑 적시는 매력적인 맛. 맑고 은은하지만 힘이 있는 막걸리다. 가성비 최고의 막걸리. 4.7점(5점 만점)

어울리는 맛과 멋 : 어느 음식과 페어링을 해도 훌륭할 막걸리다. 맵든, 짜든, 기름지든 안주 맛을 헤치지 않으면서도 술맛을 지킬 수 있다. 황등면 한일식당의 갈비전골처럼 달지 않고 구수한 고기 풍미와 함께 하면 더욱 맛을 살려줄 수 있다. 잔탄산의 힘도 좋아 하산주로도 제격인 막걸리. 고운 선율 속에 힘이 녹아있는 버클리 제임스 하베스트의 ‘Love is Like a Violin’은 파트너로 더없이 좋은 곡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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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연 PD

맛&막걸리 콘텐츠 PD. TV조선에서 제작부장으로 [살림9단의 만물상], [애정통일 남남북녀], [모란봉 클럽], [시골빵집]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제작.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프로그램 CP(책임 피디)로 전국의 맛난 음식 & 막걸리와 사랑에 빠져버림. 현재는 맛과 막걸리와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개발하는 프로듀서로 열일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