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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 없는 모범생의 맛, 골목 막걸리 프리미엄 12(예산, 주로)

승발이-백반기행 피디
- 12분 걸림 -
인기 크리에이터 히밥도 예산시장에 갔다

예산 시장이 졸지에 핫플레이스로 급부상했다. 하루에 20~30명 정도 방문하던 예산시장을 백종원 대표가 리모델링 작업을 한 후 하루 평균 2750명 정도의 손님이 찾는다고 한다. 100 배의 폭발적인 반응이다. 상상을 넘어서는 외지인들의 방문에 한 달간 재정비 차원에서 문을 닫는다고 하니 예산 공무원도, 시장 상인들도, 백종원 대표도 당황할 만한 성공 프로젝트다. 파국수, 닭바비큐, 부속고기, 꽈리고추 닭볶음탕 등 예산의 특산물을 활용한 아이디어도 좋고, 시장 안에 미리 골목 양조장을 포진시켜 놓은 앞선 기획도 좋다. 예산 시장에서 백대표의 아이디어로 새로 출시된 음식을 먹고, 시장 안에 있는 골목양조장에 들려 막걸리를 사 오는 것이 하나의 예산 시장 순례 패턴이 되었다고 한다. 역시 백종원 대표다. 아직 예산 시장의 음식을 먹어보지는 못했지만, 몰려드는 손님들 덕분에 현장에서는 연일 완판이라는 골목막걸리 프리미엄 12를  마트에서도 파는 덕에 한 사발 할 수 있었다.

백종원 대표와 골목 양조장 박유덕 사장의 콜라보 막걸리

알코올 : 12도

원재료 : 정제수, 쌀, 국, 효모

누룩을 쓰지 않은 점이 아쉽지만, 기본 재료만으로 빚은  막걸리다. 특허받은 무감미료 생막걸리라고 한다. 무감미료 막걸리는 제법 받은데 무얼로 특허를 받았다는 걸까. 요즘 막걸리의 트렌드인 고도수 12도로 술을 뽑았다. 2023년 소주는 저도수 경쟁이지만 막걸리는 고도수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는 이 녀석도 백종원 대표의 특징을 닮았을까? 내가 예상하는 맛의 범주안에 머무르고 있을까? 특허받은 맛은 어떻게 다를까? 정확히 이 막걸리는 골목양조장을 운영하는 박유덕 사장과 더 본 코리아의 백종원 대표가 콜라보로 만든 술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네이밍 브랜드의 값 때문에 백대표의 그늘이 더 크게 느껴진다.


첫 잔

쌉싸래한 단맛이 농밀하게 들어온다. 탄산의 느낌은 거의 없는 매우 정적인 막걸리다. 12도의 진한 술향이 걸쭉한 질감을 넘어 단향과 함께 호흡으로 느껴진다. 내가 선호하는 산미는 약하게 숨어있는 정도다. 녹진한 단맛. 맛이 딱 예상했던 범주안에 들어있다.

한신포차, 홍콩반점, 새마을 식당 등 백종원 대표의 브랜드 음식들은 의외로 순한 표정들을 갖고 있다. 적당한 단맛을 기본으로 크게 모나지 않은 맛에 하나의 포인트 아이디어를 더하는 형태가 백대표의 요리 프레임이다. 예를 들면 한 때 큰 인기를 끌었던 새마을 식당 김치찌개는 짜글이 형식의 레시피에 3분이라는 시간 퍼포먼스와 조미 김가루라는 원 포인트 아이디어를 더했다. 김치찌개 맛의 베이스는 달달한 감칠맛이다. 절대로 맵거나 시거나 하지 않다. 달달한 감칠맛을 기본으로 잡는다. 새마을 식당의 김치찌개, 홍콩반점의 짬뽕, 한신포차의 닭발 등  대부분이 달달한 단맛의 베이스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음식 체인 사업가로서 탁월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특정 마니아를 상대로 하는 음식점이 아니라면, 평균값의 맛을 선택해야 된다. 백종원 대표의 음식은 늘 평균값의 오차 범위 안에 있다. 그래서 신뢰가 가고, 그래서 예상 가능하다. 막걸리마저도. 단맛을 중심으로 술을 뽑았으리라는 예상 범주 안에 골목막걸리 프리미엄 12가 있다.

막걸리를 만드는 백대표. 단맛을 강조하고 있다

둘째 잔

고운 곡물로 정성스럽게 만든 미숫가루를 마시는 질감 속에 단맛이 확실히 자리 잡고 있다. 단맛이 입안 가득 퍼지는 느낌은 참 좋다. 속으로 들어가며 12도 막걸리의 특징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후끈해진다. 본인이 술임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녀석이다. 혀 끝에 남는 감미가 상당히 강하다. 다른 프리미엄급에 비해 달콤한 단향은 확실히 좋다.


박유덕 사장과 콜라보를 했다지만 확실히 막걸리에 백종원 대표의 향이 강하게 배어있다. 현 막걸리 트렌드의 반영과 단맛 베이스, 원 포인트 아이디어까지. 2009년 백종원 대표와 몇 차례 만나 식사와 술을 한 적이 있다. 만날 때마다 ‘야 이 분의 음식 열정과 아이디어는 대단하구나’라는 생각을 머금었었다. 당시  논현동 이른바 백종원 스트리트에 ‘절구미집‘ 브랜드를 테스트 중이었다. 돼지국밥과 삼겹살 류를 파는 집이었는데, 유리로 꾸며진 고기 숙성실에서 요리사가 돼지고기를 말고 있었다.

“대표님 저게 뭐예요?”

“아. 저 거유. 돼지 전지살에 새우젓을 발라서 돌돌 말아 숙성시키는 거쥬. 전지살이 맛은 있는데, 살짝 질긴 식감이 있어서 새우젓으로 연육 작용도 시키고 간도 배게 하는 거쥬, 허허. 음식 장사하려면 뭐 하나라도 다른 게 있어야쥬”

멋졌다. 굳이 새우젓을 안 발라도 충분히 숙성시키면 고기는 연해질 텐데, 이렇게 ‘다름’을 ‘눈에 띄게’ 만드는 아이디어가 놀라웠다. 더 궁금했던 건 저렇게 새우젓을 바르는 것이, 맛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까였다. 골목 막걸리 프리미엄 12의 ‘특허받은 무감미료 생막걸리’라는 포인트도 그렇다. 무감미료 생막걸리야 현재 백여 종도 넘을 텐데, '특허받은'이라니 뭔가 달라 보인다. 궁금증을 더하여 마셔본다. 어라? 모르겠다. '특허받은' 생막걸리 맛이 뭔지 모르겠다.

특허받은 무감미료 생막걸리. 특허 내용이 궁금하다

백종원 대표의 가장 큰 덕목 중 하나는 전국 음식 명가의 맛을 끊임없이 탐구하고 체험한다는 점이다. 지금도 [님아 그 시장을 가오]라는 콘텐츠를 제작하며, 전국 맛 순례를 하고 있다. 전국, 전 세계를 돌며 탐닉한 맛을, 장사꾼인 백대표가 그냥 지나칠리는 없다. 고스란히 본인의 브랜드로 리메이크한다. 2008년 홍콩반점 짬뽕을 처음 맛보고 깜짝 놀랐다. 누가 만들어 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송탄의 영빈루, 군산의 복성루, 강릉의 교동짬뽕, 공주의 동해원이 전국 4대 짬뽕집이라고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전국 4대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맛은 있는 이 네 집 짬뽕의 공통점이 채 썬 돼지고기 고명이다. 2000년 대 초반 보통 짬뽕집은 홍합 많이 올려주기와 오징어 많이 넣어주기 경쟁이었다. 덕분에 짬뽕 국물은 해물탕 국물과 비슷한 맛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소위 4대 짬뽕집의 맛은 불맛이 입혀진 구수한 육수맛이 강했다. 고기 육수를 기본으로 돼지기름인 라드로 야채를 볶고 그 집만의 특제 양념으로 붉은색과 맛을 입혔다. 그리고 마지막에 채 썬 돼지고기 몇 점이 짬뽕 위에 올려졌다. 백종원 대표가 이를 놓칠 리가 없었다. 체인점 중식당 짬뽕에 불맛 나는 육수를 담고, 채친 돼지고기 고명을 올려놓았다. 명문 짬뽕가의 특징을 제대로 잡은 한 수였다. 골목 막걸리에도 명문가 막걸리의 특징이 살아 있을까? 한잔 더 마셔보자.

한국 최고로 바쁜 대표가 맛을 찾아 전국을 다닌다

셋째 잔

단맛이 부드럽고 풍부하지만 선명하지는 않다. 좋게는 푸근하게, 나쁘게는 펑퍼짐하게. 농밀한 단맛을 품기 위해 노력한 막걸리다. 해창 막걸리와 비교하기에는 산미가 너무 적고 오히려 느리마을 한번 더와 유사한 맛이다. 단맛의 선명함은 느린 마을 한번 더가 더 또렷하다. 술이 식으니 단맛의 강도가 높아진다. 특히 위에서 느껴지는 단맛의 들쩍함이 12도의 알코올과 섞여 제법 기운 세다.


잘 나간다는 고도수(10도 이상) 막걸리의 특징은 산미다. 개인적으로 막걸리의 산미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실제로 산미를 어떻게 품고 있는가에 따라 프리미엄급 막걸리의 맛은 좌우된다. 단맛은 막걸리의 도수를 높이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맛이다. 도수를 높이기 위해서는 쌀의 양을 늘려야만 한다. 탄수화물이 많이 들어갈수록 당이 많아지고, 알코올 도수는 높아진다. 막걸리에서 단맛과 알코올 도수는 필연적인 쌍두마차다. 12도 정도의 고도수 막걸리에는 감미료가 거의 필요가 없다. 12도까지 가기 위해서는 단맛이 함께 달리기 때문이다. 12도 막걸리가 ‘무감미료’를 강조하는 건 일종의 마케팅이다. 명문가의 막걸리에는 산미가 전면에 나서든 숨어있든 간에 어디에선 가에는 분명한 존재감을 충분히 드러내고 있다. 그래야 차별화가 되고 개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전국의 맛을 탐구하고, 전국구 맛집의 공통적 특징을 잘 잡아내는 백종원 대표가 함께한 골목 막걸리에 산미가 빠져있음은 참 의외다. 막걸리라는 술에 대한 골목양조장의 철학이 단맛이라고 생각한다면 더 할 말은 없고, 트렌드에 대한 반영이라면 아쉬운 결정이다.

승발이의 맛 평가 : 무난하다. 예상되는 프리미엄 막걸리 맛의 범주에서 전혀 어긋남 없는 달달하고 반듯한 막걸리. 끼 좀 부렸으면 좋겠는 모범생의 맛이다. 참고로 골목 막걸리는 얼음 타먹는 걸 추천하는데 나는 반대한다. 힘들여 12도까지 올려놓은 도수를 일부러 희석시켜 먹을 이유도 없고, 얼음으로 은은한 막걸리의 향을 죽일 이유도 없다. 3.9점(5점 만점)

어울리는 맛과 멋 : 매운 숯불 양념치킨과 함께하면 딱 일듯. 특히 포항의 토종 브랜드인 백록담 숯불 바비큐 치킨의 담백한 매운맛과 마시면 훌륭한 조합일 것이다. 끼 범벅인 노래 에이프릴 스티븐스의 ‘Teach Me Tiger’도 곁들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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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발이-백반기행 피디

'허영만의 백반기행' 프로그램 CP(책임 피디)로 전국의 맛깔나는 음식을 먹으며 행복한 여행을 하던 중 막걸리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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