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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짐을 욕하며, 십칠주 한 잔
“형. 술 한잔만 받아줘요”. 봄이 끝나갈 무렵 데이비드 보위의 LP를 허접한 포터블 턴테이블에 올린다. 늙은 스피커에서 ‘Space Oddity’의 낡은 기타 소리가 울리나 싶더니 짙은 잿빛 아르마니 슈트에 지나치게 단정해서 오히려 퇴폐적인 골든 헤어를 쓸어 올리며 빛바랜 짝눈이 날 바라본다. “뭔 일 있나 친구?” “네. 형. 근데요 그렇게 스피커 위에 다리 꼬고 앉아 있지 말아요. 스피커 약해서 망가져요” “어? 그래”. 타고난 건지, 의도된 건지 알 순 없지만 보위 형은 폼을 너무 잡는다. 처음 볼 때는 한 없이 멋있더구먼 몇 번째 보니 과해 보인다. 사람 마음이 그렇게 간사하다. 하긴 지금 나의 심정은 멋있는 척하는 저 형의 모습이 딱 꼴 보기 싫은 상태다. 아무 맛도 안나는 복숭아를 한 입 베어문 듯 어이없는 표정으로 보위 형을 꼬나본다. 내 눈매에 평소와 다름이 그늘져 있음을 빨리 알아봐 달라는 투정을 한 꼬집 섞어서. “표정이 더럽군, 친구. 로큰롤이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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