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수한 단맛, 가야 프리미엄 막걸리

맥주나 와인 정도는 아니지만 대형마트의 막걸리 코너에도 제법 다양한 막걸리가 깔리곤 한다. 오랜만에 들른 롯데마트에서 먼 거리를 달려온 녀석을 만났다. 경남 김해 가야양조장에서 온 막걸리다. 그것도 프리미엄급이다. 감미료 없고 김해 쌀과 누룩으로만 담았단다.

프리미엄급 막걸리는 늘 기대를 품게 한다

첫 잔

술의 빛깔이 우윳빛 보다 미숫가루를 닮았다. 누르스름하다. 한 모금 마셔본다. 부드러운 단맛이 입안에 퍼진다. 탄산은 거의 느껴지지 않고, 부드러운 단맛이 혀를 감싸고 지나가면 쌉쌀한 술맛이 살짝 남는다. 굉장히 부드러운 목 넘김이다.

대패 삼겹살과 합을 맞춰본다. 안주의 고소함 때문인지 단맛이 줄어들고, 목 넘김이 더 수월해진다. 아주 스무스하게. 주조 포인트를 단맛에 맞춘 듯하다. 하지만 단맛이 드세지 않고, 순하다. 단맛이 안주맛을 가리지 않고 조화를 이룬다. 이 정도면 괜찮다.


둘째 잔

단맛의 질이 높아서인지 입이 적응되서인지 모르겠지만, 단맛의 느낌이 낮아진다. 달짝한 느낌이 들면서 첫 잔보다 입에 덜 달지만 대신 텁텁한 느낌이 새로이 느껴진다. 감미료로 단맛을 맞추지 않으면 나타날 수 있는 맛의 질감 이리라. 지금까지 가야프리미엄 막걸리를 주도하는 맛은 달다. 단맛을 중심으로 두고 주조했음이 확실하다.

셋째 잔

안주를 바꿔서 가자미식해와 마셔본다. 안주의 간이 세서 막걸리 맛이 흐려지고, 심지어 맑아진다. 단맛은 확실히 제어된다. 가야프리미엄 막걸리의 특징을 느끼며 마시기에는 간이 센 안주보다 기름지고 고소한 안주가 좋을 듯싶다. 목 넘김은 여전히 좋다. 걸림 없이 술술 넘어간다. 어라!! 위가 뜨뜻해져 온다. 술기운이 얼굴이 아니라 속에서부터 슬금슬금 올라온다. 부드럽게 넘기고 천천히 속부터 취해가는 유형의 막걸리다. 위험한 녀석이다.

가야프리미엄 막걸리 라벨에는 이 녀석 맛의 변화를 기간 별로 분류해 놓았다. 일목요연한 일종의 마케팅 포인트다.

1주 청량감과 꽃향이 감도는 부드러운 맛

3주 상쾌한 감칠맛과 깔끔한 과일향의 조화

4주 단맛과 신맛의 조화와 풍부한 바디감

6주 단맛, 신맛 등 완벽한 하모니

술은 막걸리인데 표현은 와인이다

나는 지금 대략 3주 정도 지난 녀석을 마시고 있다. 하지만 3주 차의 상쾌한 감칠맛과 깔끔한 과일향을 느끼지 못하겠다. 과일향이라 함이 포도, 사과, 귤, 오렌지, 수박, 참외 등등등 수많은 과일 중 어떤 향인 지도 모르겠거니와 솔직히 아직까지 난 어떤 막걸리에서도 과일향을 느껴본 적이 없다. 꽃향은 더욱 그렇다.

막걸리는 와인이 아니다. 막걸리는 태생적으로 향이 강할 수가 없다. 그건 포도와 쌀의 차이와도 같다. 와인 포도는 즙에 손가락이 붙을 정도의 당도와 껍질의 신맛을 갖고 있다. 화려한 과즙과 산미를 품고 있는 포도가 발효된 와인에 다양한 향은 당연한 귀결이다. 쌀은 소박하다. 꼭꼭 씹어 침과 섞여야 은은한 단맛이 느껴진다. 담백한 단맛이다. 그래서 별식이 아닌 매일 먹을 수 있는 주식이 되었다. 소박한 단맛은 질리지가 않는다. 막걸리도 그렇다. 소박한 맛의 쌀에서 발효된 막걸리가 화려한 향을 가질 수는 없다. 대신 감칠맛을 가졌다. 늘 함께해도 질리지 않는 맛이다.

넷째 잔

구수함이 좋다. 단맛에 적응이 됐다는 의미일 거다. 다시 대패삼겹살과 합을 맞춘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취기가 고급지게 올라온다. 위에서부터 뜨끈하게 달아오른다. 맑은 맛은 아니다. 마지막 한잔까지 텁텁하게 구수한 정을 느끼게 해주는 막걸리다. 추운 겨울밤이 좋을 녀석이다.

대패 삼겹살은 훌륭한 안주다. 얇아서 맛이 과하지 않다

가야프리미엄 막걸리의 장점은 구수한 단맛이다. 와인 빈티지에서나 볼 수 있는 세련된 단어로 이 녀석의 맛을 기간 별로 정리했지만, 나는 '단맛'과 '부드러운'이라는 두 단어 이외에는 어떤 단어도 막걸리 맛에서 느끼지 못했다. 신맛은 6주 후에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전혀 없다. 탄산이 거의 없으니 청량감을 표현하는 맛을 난 찾지 못했다. 결국 이 녀석이 갖고 있는 장점과는 전혀 다른 엉뚱한 단어만 라벨에 나열한 셈이다.

승발이 맛 평가(5점 만점) : 정성을 들인 막걸리다. 산미가 느껴지지 않음은 아쉬움이다. 시간이 산미의 아쉬움을 해결해 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3.5점.

어울리는 맛과 멋 : 대패삼겹살에 파김치를 돌돌 말아 한 입에 넣고 우물거리다 가야프리미엄 막걸리 한 잔을 곁들인다. 단짠고가 감칠맛 있게 버무려진다. 톰 웨이츠의 타임과 함께 하면 더욱 구수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