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보위와 오일장에서 황금주를(해남, 송우종황금주)
“보위 형, 오일장이라고 알아요?"
“오일.. 장? 기름과 관련된 곳인가?”
“웁스. 형님 이제 아재 개그도 해요. 한국 아저씨 다 됐네요. 아니지, 원래 영국도 아재 개그 하나 봐요. “
두륜산 피안교를 건너 다 만난 귀신 아닌 귀신 데이비드 보위 형과 해남을 다시 왔다. 막걸리 여행을 다니겠냐는 나의 제안을 덥석 받아들인 보위 형이 약속을 지킨 셈이다. 보위 형을 다시 만난 건 오래된 전축을 통해서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제대 선물로 사주신 중고 켄우드 전축이 보위 형을 불러냈다. 요즘에는 컴포넌트니 오디오 시스템이니 다른 세련된 말로 표현하지만, 40년도 더 된 낡은 음향기기를 표현하는 말로는 ‘전축’이 딱이다. 먼지에 겹겹이 포위된 채 2층 거실 구석에 방치된 지 20여 년이다. 레트로 열풍에 비닐 LP판이 다시 출시되고 있다고 하니 슬그머니 먼지 먹은 전축에 눈길이 간다.
버튼도 건들지 않은 시간이 20년은 족히 넘었다. 저 놈이 작동이 될라나, 혹시 펑하고 터지는 건 아닌가, 마음이 불안하다. 파워 버튼을 슬쩍 눌러본다. 뻑. 낡은 먼지를 털어내는 듯한 거친 전기음을 토해내더니 볼륨 레벨의 붉은 불빛이 슬며시 올라온다. 어라 되네. 소품으로 쓰던 싸구려 포터블 턴테이블을 연결하고, LP 한 장 올려 보기로 한다. 해남에서 만난 인연도 있으니 보위 형의 컴필레이션 앨범을 책장에서 꺼낸다. 언제 쌌는지 기억도 안나는 LP판이다. 30년은 확실히 넘었고, 그동안 2번 이상을 듣지 않았을 판이다. 시간은 흘러도 몸은 기억한다고 엄지로 받치고 중지로 중심을 잡아 미끄러지듯이 LP판을 꺼낸다. 훅하고 입김으로 판에 붙은 먼지를 날려주고, 조심히 턴테이블 위에 올린다. 빙글빙글. 나이테처럼 실금이 중심을 향해 파여있는 검정 비닐이 돌아간다. 1분에 33과 1/3의 회전 속도로 돌고 있는 판 위에 살포시 바늘을 올린다. 지직, 지지직. 의례적인 LP판 소음이 지나가고 ‘You better hang on to yourself(중심 잘 잡는 게 좋을 거야)'라는 보위 형의 노래 가사가 나올 순서다. 치직, 치지직. 어라 뭐지. 치직, 치지지지직. 노래는 안 나오고 소음만 계속된다. 왜 이러지? 판이 튀나라고 생각하는 순간 사람 잡는 소리가 뒤통수를 친다.
“어이 친구 놀라지 말고 중심 잘 잡으라고”.
소름이 돋아 살을 뚫고 튕겨 나올 정도다. 너무 놀라니 소리도 안 나온다. 차라리 기절이라도 했으면 하는 순간 빌어먹을 정도로 잘생긴 노년의 미소가 겁에 질린 눈으로 들어온다. 데이비드 보위다. 낡은 전축이 노래를 재생한 게 아니라 데이비드 보위를 소환했다.
“이게 도대체 어찌 된 일이에요. 아놔 겁나 놀랐잖아요. 젠장. 어떻게 여기 있는 거예요?”
“네가 불렀잖아 친구. 너의 전축이 나를 부른 거야 “. 낡아빠진 켄우드 전축이 데이비드 보위를 부르는 알라딘의 램프가 돼버렸다.
“어이 친구, Hang on yourself! 막걸리나 한 잔 하러 가자고. 약속은 지켜야지”
젠장 이게 뭔 일이람. 그래요 갑시다. 가자고요. 약속에 진심인 보위 형, 남도에 가서 막걸리 한잔하자고요.
해남 오일장은 화려하다. 붉고 비옥한 땅에서 나는 채소들은 달고 야무지며, 질펀하고 광활한 뻘에서 자라는 갯것들은 곰살맞고, 푸르디푸른 남해 바다가 품은 생명들은 실하고 맛깔나다. 한 종지 더 담으라는 흥정 소리, 생선 목을 치는 도마 소리, 시금치를 담는 비닐봉지 소리, 꽈배기를 튀기는 기름 소리, 술 취한 할아버지를 구박하는 할머니 잔소리가 어우러져 경쾌한 불협화음을 낸다. 자줏빛 대야에 담긴 붉고 푸른 원초적 색감의 산해진미가 이열 종대로 거리를 장악한 풍경은 시골 읍내를 깨우는 정겨운 카니발이다.
“와우 놀랍군. 여긴 한국식 플리마켓인가?”
“플리마켓은 중고물건을 파는 벼룩시장이잖아요. 여긴 중고 물건 함부로 팔았다간 몰매 맞아요. 할머니들의 비닐봉지 외에는 전부 싱싱한 것들이에요 “
오일장에서 집 텃밭에서 정성스레 기른 채소를 고르고 싶다면 할머니들의 비닐봉지를 유심히 볼 일이다. 반짝반짝 윤기 도는 검정봉투가 아닌 몇 번은 쓴 듯한 비닐봉지를 구겨서 갖고 있는 할머니들의 채소는 직접 기른 것들이 확실하다. 본인들 먹을 양 빼고 남은 채소를 소박하게 싸가지고 와 팔리는 만큼 팔고 가는 할머니들이 새 비닐봉지를 몇백 장씩 사서 쓸 리가 없다.
좌판이 늘어서 좁아진 길을 사뿐사뿐 걸어가며 해남 오일장의 원초적 상품들을 바라보는 데이비드 보위의 눈이 착하게 빛난다. 글램록의 시조로 활약하던 시절의 몽환적인 눈빛이 아니다. 노인들이 화사한 꽃의 빛깔에 몰입하듯이 지금 데이비드 보위는 땅끝의 화려한 생명력의 전시장에 빠져들고 있다. 싱싱하다는 것, 살아있다는 것, 생명이 넘쳐나는 것이 진실된 경이로움이란 건 세월이 주는 지혜로움이 있어야 보이는 것들이다. 하물며 세월을 넘나드는 귀신이야 말해 무엇하랴. 본인과 비슷한 연배의 노인들이 팔고 있는 각양각색의 물건들을 신비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오일장 물건이 신비한 건지, 그의 눈빛이 신비한 건지 구분할 수는 없다. 때로는 우주인에, 때로는 미친놈에, 때로는 양키에게도 매혹되었던 다중 캐릭터의 그가 장터에 빠져드는 이유가 단순한 호기심은 아닐 것이다. 길거리에 깔린 꿈틀 되는 생명과 이를 파는 비슷한 연배의 노인들의 역설적인 대비를 보고 있는 걸까. 활력으로 응집된 싱싱함은 매대에 전시된 채 판매라고 명명된 죽음을 흥정받고 있고, 사라짐의 시간에 근접해 가는 노인들은 생명을 흥정하여 돈을 버는 묘한 부조리(실제 데이비드 보위는 카뮈의 ‘이방인’을 사랑했다)의 현장을 응시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이봐 친구”. 우주의 톰 소령을 부르는 듯 차분히 깔리는 저음의 목소리. 무슨 말을 하기 위해 나를 지긋이 부르는 걸까.
“Awesome! 놀라워! 길거리에 이토록 다양한 생물들이 전시되어 있다니. 게다가 하나같이 싱싱해. 뭐가 젤 맛있는 거지? 난 지금 배고프다고"
아. 그렇구나. 우리 보위 형이 배가 고프구나.
본격 봄이 되기 전에 서둘러 먹어야 할 음식이 있다면 단연코 굴이다. 알을 밴 굴이 몸에 독소를 품기 전 안전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마지막 시기가 3월이다. 씨알 굵기로는 수하식으로 키우는 통영굴이 으뜸이지만, 갯벌을 밭 삼아 바위에 붙어사는 투석식 굴인 해남 굴은 작지만 야물딱진 맛이 가히 일품이다. 민물에 잘 헹궈 모아 놓으면 아주 미세한 털이 서로를 살포시 안아 뭉치는 것이 갯굴의 특징이다. 초장도 필요 없다. 식초나 레몬즙 살짝 뿌려서 먹으면 바다를 품은 은은한 단맛이 기절초풍할 노릇이다. 연한 회색빛이 감도는 해남 갯굴을 일일이 손으로 까서 커다란 양푼에 담아 파는 할머니 앞에 쪼그려 앉았다. 할머니라고는 하지만 따지고 보면 마주하고 있는 보위 형과 나이차가 그리 나지는 않을 것이다. 외모로만 가치의 무게를 잰다면 세상은 참 불공평하다.
“어머님 굴 맛있죠. 막걸리 안주 하려는데 한 사발에 얼마나 해요?. 여기서 바로 먹으려는데"
“으따 굴 요놈들 겁나 맛나지. 내가 직접 깐겨. 여서 잡숩게? 5,000 원만 줘. 솔찬히 줄텡께. 근데 이 양반도 잡숫는가? “
이만과의 재혼 후 신혼여행으로 교토의 유명 여관인 타와라야 료칸에서 일주일간 머물렀을 정도로 데이비드 보위는 일본 문화를 좋아했다. 일본의 마초 소설가로 유명한 미시마 유키오의 글에 등장하는 고급 일식당인 와카야마를 일부러 찾아가고, 일본 공연 때마다 단골로 들리는 스시집도 있었다고 한다.
“보위형 굴 괜찮죠? 끝물이라 지금 먹어야 해요. 정말 아름다운 맛이에요. 강추해요”
“오이스터? 없어서 못 먹지. 키프러스산 굴이 유명한데 정말 귀하고, 프랑스나 이탈리아에서 생굴 먹으려면, 개당 5,000원 넘게 줘야 돼. 딱 한 점에 5,000 원". 장터가 아무리 시끄러워도 오지랖 꺼리가 되는 말들은 상인들의 귀에 기가 막히게 들려오기 나름이다. 굴 한 점에 5,000원이라는 노란 머리의 서양인 말이 좌판 할머니의 귀를 건너뛸 리가 없다.
"뭐시라? 이깟 굴 한 점을 저짝에선 5,000원이나 받아 처묵는다고. 헐헐 그 냥반 어렵게 살았구먼. 아따 한 볼테기 더 담아 줄라니까 귀한 굴 양껏 잡수쇼. 쯧쯧". 근데요.. 있잖아요 할머니, 굴 한 개에 5,000 원 씩 주고 먹은 불쌍한 유럽 아저씨 유산으로만 1억 달러를 남겼어요.
좌판 옆에 헹군 굴 한 종지 받아 들고 쭈그려 앉는다. 작지만 토실토실한 갯굴이 맛깔스럽게 뭉쳐있다. 어정쩡한 기마 자세로 선 것도 아니고 앉은 것도 아닌 채 불편한 자세의 서양인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할머니가 툭하고 스티로폼 박스를 던진다.
“장사 방해된께 여 박스 가지고 저짝 가서 좝솨. 글고 그 굴만 잡숩게? 고러코롬 먹으면 맛이 나겠는가. 어이 동상 감식초랑 초장 있는가?”
옆 좌판 아주머니가 챙겨준 감식초 솔솔 뿌리고 초장 살짝 찍어 갯굴 한 점을 입에 넣는다. 아.. 달다 달어. 어떻게 비린 맛 하나 없이 감칠맛 듬뿍 묻은 달달함이 있다니. 밀물 때면 물에 잠겼다, 썰물이면 햇볕을 받는 단순한 해남 갯벌의 일상이 조리한 최고의 맛이 자그마한 갯굴에 꽉꽉 담겨있다.
“형 어때요. 먹을만해요?”
“와우. 와아우. 대단해. 이봐 친구, 막걸리는?”. 역시 보위 형. 먹을 줄 안다. 오늘은 해창, 삼산 막걸리와 삼각축을 이루고 있는 해남의 또 다른 고도수 막걸리 송우종 황금주다.
알코올 : 13도
재료명 : 정제수, 쌀, 조제종국, 정제효소제
감미료를 넣지 않은 대한민국 전통막걸리 부문 송우종 명인의 대표 막걸리다. 외모에서 뿜어 나오는 포스가 만만치 않다. 지금까지 봐온 막걸리 중 가장 짙은 갈색을 띠고 있다. 보통 고도수 막걸리가 12도에 맞춰서 나오는데, 한 스텝 더 밟아서 13도 막걸리다. 밑에 가라앉은 갈색의 앙금을 보는 보위 형의 눈이 이 녀석을 처음 본 거 같지가 않다. 어디선가 분명 안면을 틔웠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 답답함이 눈빛에 서려있다. 900ml 용량 이상의 묵직함이 느껴지는 황금주를 오일장 구석에 쪼그리고 앉어 한 잔 따라본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걸쭉함이 쏟아진다. 보위 형이 알듯 모를듯한 표정으로 황금주를 입안에 넣는다.
“와하하 이건 뭐지? 저번에 마신 막걸리와는 너무 다른데 친구. 마치 오트밀죽을 따르는 것 같아. 아주 농밀해”
비교할 수 없는 점도의 걸쭉함이 잔에 가득하다. 오곡 미숫가루를 찐덕하게 물에 개어 놓은 듯한 점성이다. 차분한 단맛이 충만하게 담겨 있다. 단맛 뒤에 쌉싸름한 술맛이 숨어 있지만, 13도의 거친 쓴맛은 아니다. 목 넘김은 걸쭉함만큼 부드럽다. 농도가 워낙 진하다 보니 탄산이 느껴질 틈이 없다. 원주라고 해도 될 만한 강렬한 진득함이다. 이렇게 강한 질감과 점도를 가진 막걸리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맛 이전에 형태가 가진 농밀한 걸쭉함으로 확고한 캐릭터를 구축한 녀석이다. 탄산수나 얼음을 타서 먹으면 좋다는 황금주의 제안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900ml 대용량에 탄산수로 점성을 희석시켜 먹으면 꽤나 넉넉히 마실 수 있는 있는 막걸리다. 도수도 13도이니 웬만큼 희석시켜도 6도의 시중 막걸리 이상의 술맛은 간직할 수 있다. 다만, 술에 물 타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독한 술꾼들이 이 방법을 용인할지는 별도의 문제다. 한 때 보드카와 우유만으로 연명을 했던 리얼 술꾼, 위험한 알코올 중독자였던 보위 형도 그럴 것이다.
“진해도 너무 진하네. 이 막걸리만 마셔도 배가 부르겠는데. 단맛도 아주 짙어서 안주가 필요 없을 정도야. 단맛과 진한 앙금 뒤에 남는 쌉쌀한 술맛이 좋지만, 질감이 너무 강한 탓에 깔끔하게 느껴지지는 않는군. 풍만하지만 조화롭지는 않다고 해야 할까? 저번에 마신 삼산 막걸리는 곁들이는 음식과의 조화가 멋졌는데, 황금주는 그 자체로 넉넉하지만, 함께 하는 음식을 살려주지는 않네 “
풍미가 제법 강한 갯굴도 황금주와 먹으니 밋밋해진다. 갯굴이 술이라는 바다에서 유영하는 게 아니라, 막걸리라는 늪에 빠져 드는 것 같다. 달고 보드라운 굴의 식감이 완벽히 묻혀버린다. 황금주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던 금발의 데이비드 보위의 눈이 반짝인다. 오랜만에 만난 동창생의 이름을 기억해 낸 중년의 눈빛이다.
“Got It! Got it! 생각났다. 이 막걸리를 닮은 술이 생각났어. 어쩐지 어디선가 만났던 친구 같더라니. 이 녀석 딱 베일리스(BAILEYS)와 닮았구먼 “
1970년대 스코틀랜드의 스카치위스키에 압도당해 아일랜드의 아이리시 위스키의 재고는 날로만 늘어갔다. 한 숨만 폭폭 쉬던 아이리시 위스키 양조장 업자들의 눈에 재고 파트너가 눈에 들어왔다. 우연찮게도 당시에 아일랜드 크림 산업도 재고로 폭망 직전이었다고 한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재고만 쌓여가던 크림과 아이리시 위스키를 섞어 만든 술을 출시했는데 이게 터진 거다. 그 술이 세계 최초의 크림 리큐르 베일리스다. 지금은 아이리시 위스키를 몸통으로 크림과 벨기에 초콜릿까지 넣어 달콤하고 부드러운 갈색 술의 대명사가 되었다. 보위 형 말이 내 뒤통수를 탁 친다. 술색이 닮아도 너무 닮았다.
“맞아. 황금주 얘는 베일리스와 아주 많이 닮았어. 영국은 크리스마스에 이 녀석을 사다가 온 가족이 칵테일을 만들어 먹곤 하지. 워낙 달달한 술이라 페어링을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술 같지 않은 술이야”
갈색 빛의 술색은 물론이고, 부드럽게 입술을 적시는 촉감과 달콤하게 혀를 스친 후 남는 쌉싸름함까지 황금주 막걸리와 베일리스 리큐르는 완벽히 닮아있다. 베일리스의 알코올 도수 17도에 당도가 약 25 Brix이고, 황금주가 13도에 26 Brix이니 이란성 쌍둥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두 술이 일란성 쌍둥이가 될 수 없음은 베일리스는 위스키에 크림과 초콜릿 등을 섞어 만든 리큐르(혼성주)이고, 황금주는 쌀로만 빚은 순수 발효주이기 때문이다.
“신기하군. 한국에서도 남쪽 끝 땅에서 대서양 끝 아일랜드의 술과 닮은 막걸리를 만났으니. 술의 세계는 참 신기해. 그래도 황금주가 베일리스보다는 더 깊이 있는 맛이야. 굳이 안주가 필요 없을 정도로 풍만한 풍미를 가졌고”
“아마 50일 간 숙성을 해서 풍미에 깊이가 생겼을 거예요. 그나저나 어떻게 얘를 마시면서 베일리스를 떠올렸어요? 형 대단해요"
“진짜 닮은 건 뭔지 아나? 많이 마시면 둘 다 취한다는 거. 흐흐. Cheers!”
오일장 구석에서 갈색 막걸리로 흔쾌히 목을 적시는 그의 모습이 좋다. 황금주를 음미하며 시장을 바라보는 그의 짝눈에 신맛, 단맛, 쓴맛, 감칠맛이 녹아있음을 깨닫는다. 이 형과 오래가고 싶다.
“Here’s to You. Bottoms Up”
승발이의 맛 평가 : 현존하는 가장 걸쭉한 막걸리. 술 자체의 바디감이 워낙 강해 얼음이나 탄산수에 희석해서 마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정성 들인 막걸리고 캐릭터가 분명한 막걸리지만, 강한 존재감이 어떤 이에겐 부담감으로 다가올 수 있는 막걸리다. 4.0점(5점 만점)
어울리는 맛과 멋 : 베일리스나 아마룰라같은 크림 리큐르처럼 얼음을 넣어 가볍게 마시면 딱히 안주 페어링이 필요 없는 막걸리다. 탄산수로 희석시켜 식후 가볍게 마시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 기존의 음주 방식과 다른 새로운 문화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막걸리일 수 있다. 안주를 추천한다면 서촌 ‘밀과 보리’의 미나리전이나 홍어전이 좋을 듯하다. 황금주의 농밀한 단맛과 미나리전, 홍어전이 가진 기름진 단맛과 강한 향의 어우러짐은 색다른 조합일 것이다. 특히 ‘밀과 보리’ 홍어전의 강렬한 맛을 황금주의 바디감이면 충분히 품어주리라. 산뜻한 기타에 실려오는 걸쭉한 보노의 보컬의 언발란스한 매력이 일품인 U2의 ‘Pride(in the name of love)’도 함께, Cheers.